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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수석대변인-‘검은 머리’ 외신기자 논란

미 국무성, 이례적으로 한국의 언론자유 문제에 우려를 표한 성명발표

이정옥 언론인 | 기사입력 2019/03/23 [15:59]

김정은의 수석대변인-‘검은 머리’ 외신기자 논란

미 국무성, 이례적으로 한국의 언론자유 문제에 우려를 표한 성명발표

이정옥 언론인 | 입력 : 2019/03/23 [15:59]

▲ 이정옥 언론인. ©브레이크뉴스

기자의 취재와 보도에 대한 비판 논란이 또 일어났다. 이번에는 외신기자의 기사를 둘러싼 논란이다.


지난해 9월 보도된 `문대통령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top spokesman)이 되었다`는 블룸버그 통신기 사를 민주당 대변인이 ‘국가원수모독, 매국’이란 표현으로 강하게 비난하자, 서울외신기자클럽은 즉각 기자의 신변안전에 큰 위협을 가한 것이라며 논평철회를 요구했다. 민주당측은 며칠 뒤 일부 거친 표현에 대해 사과했지만 미 국무성은 이례적으로 한국의 언론자유 문제에 우려를 표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민주당대변인의 논평에서 외신기자들과 미국의회관계자까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면서 논란의 초점이 된 것은 바로 ‘검은 머리 외신기자’라는 발언이다. 민주당 대변인은 ‘문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외신보도를 인용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연설에 대한 반박으로 6개월 전 보도된 해당 언론의 기사에 대해 ‘한국인 외신주재원이 쓴 검은 머리 외신 기사에 불과했습니다." 라며 한국인 외신기자를 비하하는 듯한 논평을 냈다.


이는 마치 외신기자가 백인, 금발의 미국기자가 아니라, 한국 국적의 외신기자이기 때문에 해당기사를 하찮게(?) 여겨도 된다는 말처럼 들렸다. 한국정치인들의 사고의 폭과 수준을 의심케까지 할 수 있는 내용이다. 또한 ‘한국에서 대학까지 나온 검은 머리 외신기자, 미국 뉴욕이나 워싱턴에 주재하는 기자가 쓴 기사가 아니라 서울에서 쓴 기사’ 라면서 미국국적 통신사의 외피를 쓰고 ‘매국에 가까운 기사’를 썼다고도 했다.


이 논평이 문제로 부각되면서 한국당과 민주당의 정치쟁점으로 시작된 문제가 엉뚱하게 다른 방향으로 튀어버렸다. 인종차별의 우려까지 나왔다. 아이러니한것은 한국인 기자에 대한 인종 차별에 대한 우려가 우리 측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인종차별에 예민한 다인종사회 미국에게 한국의 집권 여당이 특정 인종을 비하하는 시각을 가졌다고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을 수 있다.


한국에 주재하는 외국인 외신기자경우는 한국어를 완벽히 구사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인 코디의 도움을 받거나 아니면 대부분이 외국어로 취재와 기사가 가능한 한국인 기자가 통신원, 특파원자격으로 기사를 쓰고 있다. 한국인이냐 외국인이냐는 상관이 없고 그 매체의 기자로 기사를 쓸 뿐이다. 블룸버그 통신측은 이를 의식한 듯 논란이 일자 ‘블룸버그는 보도기자를 존중하며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기자의 국적이나 인종에 상관없이 블룸버그통신의 기자로서 인정하고 존중하며 이는 독자들도 같은 시각으로 보아달라는 것이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2019년 3월1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요즘 같은 국제화시대에 얼굴과 머리 색깔만으로 국적을 분별하지 못할 정도로 세계가 빠르게 소통, 이동, 통합, 변화하고 있다. 또한 현재 많은 한국인들이 국제사회에서 걸 맞는 언어와 감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예전에 국제 업무를 하는 로펌이나 회사에서 외국유학 출신보다는 무조건 미국에서 자란 재미교포를 선호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제 이는 옛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모든 면에 있어 어떤 다국적 회사에서 일해도 손색이 없는 국제적 수준에 이르렀다. 이들이 이른바 ‘검은머리’들인 것이다.


민주당논평에서 비판의 초점이 기사내용에 대한 논평에서 벗어나 기자의 인종까지 들먹이는 ‘검은머리’ 인식공격식 표현에까지 이른 것은 자당이 불쾌하게 생각하는 기사내용에 대한 반발심으로 인해 도를 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신년기자회견 때도 정권에 불편한 질문을 한 기자에 대해 정치인들이 기자 개인을 타킷으로 한 인신공격성 비판들을 쏟아 냈었다.


민주화 이전에 정치사회적으로 여러 굴곡의 역사를 겪은 한국의 역대정권은 언론 존중에 결코 떳떳치 못한 과거사를 가지고 있다. 외신에 대해서도 맘에 안드는 기사를 쓰는 기자에게 비자를 내주지 않는 등 여러 방법으로 억압과 규제를 했었다.


이번 일이 국제적으로 더 증폭됐던 배경은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국민의 촛불시위이후 들어선 민주적 정권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기 때문에 외신기자들의 실망 또한 더욱 컸기 떼문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의원이었던 2014년 외신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언론의 잘못된 보도나 맘에 들지 않는 논조조차도 언론의 장에서 그것이 토론되는 과정에서 스스로 비판되고 도태되어 옳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하는 것이 옳지, 거기에 정치권력이 직접 개입해 좌지우지 하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언론의 자유에 대해서는 다 동조하지만 이를 상대가 아닌 자신에게만 적용하기 때문에 언론 존중은 늘 어려운 것이다. 우연치 않게 올 들어 연달아 일어난 민주당의 언론 비판은 감정이 섞인 인신공격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 비판 의견은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국민을 위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 집권당답게 언론의 아픈 지적도 받아들이는 통 큰 자세를 보여준다면 분명 국민들로부터 의외의 찬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이정옥.
전 KBS 파리 특파원. 전 한국 방송협회 사무총장, 전 KBS 글로벌 전략 세터장. 칼럼니스트. 저서로 ‘여자특파원 국경을 넘다’가 있다.

 


 


원본 기사 보기: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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